겨울잠의 끝 (Mar 17, 2020)
집에 식물들이 늘어났다. 프라이데이가 어떻게 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이제 식물에는 별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지 관심이 별로 없다. 프라이데이가 말을 많이 건다. 대화라기보다는 간식을 달라는 말이다. 한동안 별 일이 없으면 사람 만날 일 없이 집에만 있었다. 프라이데이가 말을 많이 걸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프라이데이 때문에 내 성격도, 생활도 조금 바뀐 듯 하다. 내가 물건이 아닌 생명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외로움도 많이 느끼고 말이다. 이 히키코모리 생활도 이번 주가 마지막이겠지만, 이런 힘없이 길다란 면발같던 시기는 오늘의 끝에서 느꼈던 감정을 위해 존재했던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감정에 무감각해졌던 삶을 그보다 더 고요한 상태로 지속시키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바람을 불어 불씨를 다시 살리는 것처럼. 오늘 밤 경부고속도로에서 봤던 풍경은 꼭 늦은 밤 인도의 델리 공항에 도착해서 구루가온으로 가는 고속도로의 풍경 같았다. 어두운 넓은 도로에서 흙냄새가 나고, 마른 기운이 느껴지고, 뜨거운 바람이 부는 밤. 이 정도 감정의 기억을 살려낸 것이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