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기억.

기술이 발전하며 저장.기억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사실, 내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것도 한 몫 한다.

기억력과는 별개로 소유하려는 마음도.

가장 고전적이며 현재진행형의 방법은 하드디스크에 저장. 폴더를 관리하는 것.

하지만 요 몇년 사이 인터넷,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다른 방식들이 너무 많이 끼어들어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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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를 따르듯 이전에 쓰던 서비스들이 새로운 서비스들로 대체되며, 스크랩 공간은 계속 옮겨간다. 이전에 차곡차곡 하루하루 날짜를 매겨 스크랩해두던 Inspiration image 폴더는 고여있는 호수가 되어버렸고 핀터레스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메모장에 적어두거나 블로그에 적어두던 아이디어, 생각, 고민 글들은 에버노트가 차지하였다.

찍은 날마다 폴더를 만들어 쌓아두던 사진 폴더는 한두달에 한번 생길까 말까 하며 새로찍은 사진들은 그룹별로 아이포토에 모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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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예전부터 하나의 root folder를 통해 내가 만들고 모은 모든 것이 정리되었던 기억 관리방식은 이미 대부분 멈추었고 많은 것들이 각자의 성격에 맞는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들어가 찾아가보기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장의 과정은 더 쉬워졌지만 정말 필요할 때가 아니면 들춰볼 일이 별로 없게 되는, 지나치다가도 마주치기 힘든 풍경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내 외장하드의 폴더구조가 그려지고 어떤 자료가 어디있을지 쉽게 떠오른다. 그리고 불현듯 생각나 들춰보고 싶은 일도 가끔 생긴다. 아마도 내 방, 내 방의 물건들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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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과장하여, 원래부터 실체가 없는 돈이라는 것을 은행에 맡겨놓는 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내 물건과 추억을 집에다가 보관하는것과 비슷하게 디지털 데이터나 글, 사진들도 한 곳에 모아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손쉬운 저장’을 내세우는 여러 서비스들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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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가 졸리다.

에이.

이 밤에 또 무슨 잡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