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보라보라보라카이 (Apr 02, 2016)
사박사박 뜨겁게 마른 고운 모래를 맨발로 밟으며, 천천히 긴 해변을 걷는다.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이 동네에서 가장 맛있다는 망고쥬스 가게에서 달콤한 망고쥬스를 마시며 다시 남쪽으로 걸어간다. 걸어가다가 다시 가게에 들러 맥주 한 병을 사고, 바닷물이 닿는 곳을 따라 걷는다.
차박차박 축축하고 고운 모래를 맨발로 밟으며, 돛단배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걷는다. 해가 수평선 근처로 가기 전, 돛단배 하나를 빌려 에메랄드 빛 바다로 나간다. 바닥이 바로 발밑에 있어보이지만 수심이 몇 미터 된다는, 투명한 에메랄드 빛 바다에 발끝을 담근다. 돛단배의 출렁임에 맞춰 바다에 닿는 발끝 뒤로 흰 물결이 인다.
배가 넘어지지 않게 양쪽으로 뻗은 지지대 사이에 있는 그물망에 누워서 주황빛 구름과 하늘을 바라보다가, 맥주를 마셔야지, 일어나 맥주를 마시며 수평선 근처에 자리잡고 하늘의 모든 구름과 바다를 주황빛으로 물들게 만든 해를 바라본다. 해변의 가게들은 이제 주황빛 조명들을 하나씩 켜고 밤의 시간을 준비한다.
9년 전이었나. 보라보라보라보라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