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 (Dec 16, 2013)
똑깍똑깍
뉴욕, 맨하튼에 왔다. 요가를 끝내고 사과 하나와 샌드위치를 사서 브라이언트 파크 테이블에 앉았다. 푸른 나무들이 무성하다. 나무에서 내려온 다람쥐들이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주변을 서성이며 먹을 것을 찾아 헤맨다. 나뭇잎 사이의 햇빛은 반짝이고 뜨겁고 그늘은 시원하다. 할아버지들은 직접 가져온 체스 말을 꺼내어 체스를 두고 있다. 지나가는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내 반팔 티셔츠가 뷰티풀 하다고 얘기한다. 뭐냐고 물어서, 메뚜기라고 답한다. 공원 맞은 편 양쪽 블럭에서는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둔탁한 소리들. 뉴욕은 100년이 지났어도 공사가 끝나지 않았나 보다. 그 사이를 지나고 멈춰있는 자동차 소리들. 영락없는 한 여름, 나른한 오후다.
뻥이다. 한겨울이잖아.
한겨울엔,
제주도다. 몇 년 만에 제주도에 폭설이 왔다. 원래 어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갈 예정이었지만, 폭설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 주일 더 머물기로 했다. 오늘은 서귀포 시내의 한 거리, 지역 백화점 앞에서 축제가 있었다. 어느 도시보다 거리 곳곳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다. 사람들은 축제에서 얻은 색색의 선물상자를 안고 돌아다닌다. 거리는 하얀 눈으로 가득하고, 커다란 트리 앞에서 선물상자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꼭 아이들 같다. 친구 할아버지께 빌린 트럭을 다시 타고 조심조심 산책을 나가본다. 늦은 저녁, 눈이 쌓인 큰 도로에 가로등 불빛이 가득하고, 차들은 낮은 언덕길들을 살금살금 지나간다. 조용하다. 제주도에서 이런 눈 덮인 시골 풍경을 맞을 줄이야. 운치있다.
사실 다 뻥이다.
그냥, 뭐라도 적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