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끝 무렵, 퇴근 일기 (Dec 31, 2020)
30대가 하루하고 조금 남은, 밤 10시에 퇴근을 한다.
30대의 마지막 26시간 중 1시간은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경부고속도로로 길을 옮기고, 중간에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채운다.
내일은 얼마나 정신없이 일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며 마지막 열몇 시간을 보내게 될까 생각을 하다가, 고속도로 풍경을 보니 센치해져서 노래를 틀고 따라 부른다.
20대의 마지막 즈음은 어땠나, 10대의 마지막 즈음은 어땠나 생각을 잠깐 하다가, 80-90년대의 가요 플레이리스트를 튼다.
심심의 오직 하나뿐인 그대, 옥슨80의 불놀이야, 노사연의 만남, 동물원의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이런 노래들을 들으니 한 시절이 지나가는 느낌이 더 든다. 특히 동물원의 노래를 들을 때는 더 그렇다.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엔 빛나는 열매를 보여주자 했지.
그런 건 전혀 없더라도, 난 지금껏 뭘 했나 생각은 든다.
그래도 오늘을 복기하며 생각이 드는 것.
-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 타인을 보며 나의 행동과 말에 반성하게 된다. 아직 반성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남아 있다는 게 그래도 어딘가.
- 하지만 반성을 하고 생각을 하더라도, 어떤 상황이 되면 그 즉시 반성과 생각을 떠올리며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행동을 하는 데는 부족하다.
= 결국 이렇게 더하기와 빼기가 반복되는 게 나 자신이겠지. 0.001% 씩은 나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