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넷플릭스에 있는 미스터 선샤인을 틀어두고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을 하며 밤을 보낸다. 분명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았던 드라마인데, 본지 몇 년 되지 않았던 드라마인데, 이렇게나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다니.. 하며 보고 듣고 하고 있다. 아.. 선샤인, 미스터, 미스터 선샤인이 이런 맥락의 제목이었구나.. 하면서 말이다.

드라마 초반에 나왔던, 애신이 들었던 몇 안되는 영어 표현. sad ending. 그것이 눈오는 겨울 학당에서 ‘s’ 알파벳을 배우며 다시 이야기되고, 그 s에는 이방인을 뜻하는 stranger가 있다는 것도 알게되며, s는 참 슬픈 단어가 많다고 했지만, s에는 snow도 있고, sunshine도 있고, star도 있다는걸 들으며, s에는 하늘의 반짝이는 것들이 많이 있구나 하며 알게되고, 그 하늘도 sky, s로 시작하는 것도 알게되고, sunshine을 되새기게 된다.

한겨울 눈오는 한옥의 경치와, 한옥의 방에서 눈오는 밖을 바라보는 경치와, 전등이 들어서고 전차가 지나가는 서울의 밤의 풍경. 정말 멋진 장면들이었다.

인물들, 대화들, 표현들, 풍경들.. 무엇 하나 빠짐없이 되새기고 싶은 드라마이다. 몇 년 뒤에 다시 또 보고, 몇 년 뒤에 다시 또 보고 싶다.

그나저나, 이 미스터선샤인을 보며, 나는 최근에 관심에 푹 빠진 기계식 키보드들을 만지작거리며 도각도각 소리를 내보며 꼽았다 빼었다 바꿔보았다 하고 있었다. 몇 년 뒤에는 무엇을 하며 미스터선샤인을 다시 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