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도의 공기 속에 있다가 12도의 공기 속으로 돌아오니, 겨울의 시작 같다.

눈이 흩날리는 밤. 지하의 붉고 어둡고 따뜻했던 술집에서 나와 거리를 걷는다. 오늘 같은 공기속에서. 외투에 내려 앉은 눈이 사륵 녹는 모습을 보면서. 옷깃을 여미고 이야기를 하며 주변 동네를 한 바퀴 걷는다. 젖은 길바닥, 흩날리는 눈, 차가운 공기, 시린 얼굴. 사람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조용한 거리.

아니면 42도는 안되겠지만 곧 32도의 여름이 다가오니까.

사람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새벽의 거리. 여름 밤을 새운 사람들만 모여있는 거리다. 아직도 취기가 남아있는 새벽, 모자를 썼는지 안썼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새벽, 슈퍼에 가서 딸기우유를 사고,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놀이터로 걸어간다. 도대체 이 밴드는 밤을 세워 공연을 한 걸까, 술먹다 밤새고 기분이 좋아서 다시 놀이터로 나온 것일까. 아무튼 노래가 좋았는지 안좋았는지 몰라도, 이 밤을 이미 새어버린 취기가 어린 얼굴의 관람객들은 모두 흥이 난다. 앞에서 들으면 모든 음악이 좋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