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를 떠나는 밤. 밤기차를 기다리며 역사 앞에 앉아 블루파프리카의 음악을 듣는다. 후덥지근한 날씨, 주황색 불빛, 딱정벌레처럼 생긴 노란 택시들. 역사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면서 저 수많은 사람들이 밤새 어디로들 갈까 생각한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들리지 않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이 곳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사진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기차가 떠나는 시간, 끝없이 길게 늘어져있는 기차칸들 중에 기차표에 적힌 번호를 겨우 찾아 올라타서 내 자리를 찾는다. 침대칸이라더니 침대는 접혀있고 왜 다들 앉아있나. 언제 내 침대를 펼칠 수 있는지. 내일 아침까진 꼼짝없이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마주보고 있던 여행객과 짧은 이야기를 하고 나서, 덜컹덜컹 느릿느릿 가는 기차 속에서 깜깜한 풍경을 바라본다. 열시 쯤 되어 승무원이 하얀 이불 하나씩을 나눠주고 나서야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를 펼치기 시작한다. 내 자리는 2층. 침대를 펼치고 짧은 사다리를 타고 원숭이처럼 훌쩍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몇 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