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김 (Oct 06, 2025)
요즘엔 회사 일 때문에 나의 일상은 거의 사라졌다.
매일 하루종일 엑셀을 보고 수정을 하거나, 엑셀을 보고 할 일이 생기면 일을 하거나, 사람들과 프로젝트에 대한 대화를 주로 했다. 슬랙으로 허공에 보내는 것 같은 메시지들을 보내고, 저녁 6시가 지나면 나 혼자 해야할 일들을 했다.
긴 연휴를 맞아, 3일간 주로 잠자고, 먹고, 청소하고, 정리하고, 컴퓨터로 사진과 영상들을 정리했다. 쌓였던 이메일도 모두 지웠다. 물론 몇 개의 이메일은 읽고, 보관했다. 이메일이 온통 IT와 AI와 관련된 뉴스레터들 뿐이었다. 이미 난 AI와 컴퓨터의 노예가 된 것 같다.
대신, 오늘 시간을 많이 들여 정리한 사진과 영상들은 추억에 잠기게 하고 감성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었다. 이렇게 정리할 때, 일년에 한두번 정리할 때나 깊은 관심을 들여 보게 되는 것들. 언제나 정리하는 것은 귀찮은 마음이 들지만 이렇게 시간을 들이고 나면 감정이 풍부해진다.
그리고 이제 새벽 4시. 이메일을 정리하다가 생각이 났던, 컴퓨터의 노예가 된 나를 떠올리며 왜 사람들의 이야기나 IT가 아닌 글은 읽지 않나 생각하며, 드디어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물론 많이 읽을 생각은 없다. 그래서 에세이를 골랐다. 몇 달 전에 샀던 것으로 기억하는(혹은 1년 전에 샀던) 몽테뉴의 ‘좋은 죽음에 관하여’.
그대의 삶이 언제 끝나든, 그 삶은 이미 완전하다. 삶의 가치는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았는가로 결정된다. 오래 살았지만 실제로는 짧게 산 사람이 있다. 삶이 그대 안에 있을 때 온전히 그 삶에 집중하라. 만족스러운 삶은 그대가 살아온 햇수가 아니라 그대의 의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