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를 배우고 추던 때가 생각이 났다. 요즘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랬나.
몇 년 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3년쯤 됐나, 했는데 벌써 5년이 거의 다 되어간다. 5년이라니,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갈 수가 있나? 생각이 들었다. 맞아, 코로나가 시작되며 바로 어쩔 수 없이 끝나버렸지. 코로나도 한참 전 일이 되었으니..

탱고를 배우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 때 내가 너무 누군가에게 주로 일을 맡기고 가르치고 평가 아닌 평가를 하는 것들만 오랫동안 해오고 있어서, 내가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을 해봐야 겠다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배울 것을 생각하다가, 이 때가 아니면 살면서 다시 시도해보지 않을 것 같은걸 배우고 싶었고, 예전 이병률작가의 산문집에 있던 ‘어쩌면 탱고’가 떠올랐다. 이 글을 무척 좋아했는데, 살면서 내가 탱고를 배우고 출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더 이 때, 마음이 생겼을 때, 한번쯤 배워봐야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 탱고 수업을 들을 때, 살면서 춤 한번 춰본 적 없는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어떤가만 한번 봐야지 했었다. 초급 수업은 생각보다 동작은 간단했다. 그리고 동작은 간단하지만 걷기가 중요하다고 했고,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주로 걷기를 위주로 해서 할만했는지, 1년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동기들을 정말 잘 만나서 그렇게 길게 할 수 있었고.

처음 밀롱가에 갔을 때, 수업을 듣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을까. 한국의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분위기의 이런 음악과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는게 너무나도 신비로웠다. 그 공간을 가득 메우는 탱고 음악과 어두운 주황 조명에 조금식 한쪽 방향으로 돌며 춤을 추는 사람들. 딴 세상에 와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저 풍경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탱고 수업과 밀롱가 외에도 쁘락이 있었다. Practica. 자유롭게 탱고를 연습하는 것. 내가 배운 곳에서는 쁘락이라고 줄여 불렀었다. 이 쁘락의 분위기도 참 좋았는데, 수업은 새로운 동작들을 배우는데 온 신경이 가있고, 밀롱가는 탱고를 추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음악에 취해 있고, 쁘락은 그보다는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연습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쁘락을 다니고 있었는데, 내가 다니던 신사동의 쁘락이 어떤 이유로 더이상 하지 않게 되었을 때, 너무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 때를 나도 그렇고 같이했던 사람들도 다같이 추억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서 몇 주간 영상을 찍어 편집을 했고, 그 쁘락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프로젝터로 영상을 틀었다.

함께 올리는 영상은, 그 때 만들었던 영상의 앞부분으로, 잔나비의 음악 한 곡 만큼의 영상 분량 중 앞부분만 자른 것이다. 물론 잔나비의 음악은 실제 탱고를 출 때 틀었던 음악은 아니고, 내가 편집을 하며 덮어씌운 것이다. 그래도 어쩌다보니 영상을 찍었던 것과 잔나비 음악의 흐름과 박자가 어느 정도 어울려서 마음에 들었다.
쁘락지기였던 두 분이, 자유롭게 연습하는 시간에 가볍게 탱고를 추시던 모습이다. 영상의 두 분이 본인 얼굴이 나오는 것을 당연히 원치 않을 것 같아서, 좀 서툴고 퀄리티가 좋지 않지만, 요즘 핫한 생성형 AI 도구 중 하나인 ComfyUI를 사용해서 사람 모습만 애니메이션으로 바꿔봤다.
(음악이 먼저 나오고, 영상은 10초 쯤 뒤 부터 나온다.)

https://youtu.be/WZbXx83I4dE

5년, 다시 탱고를 배울 수 있을까, 예전같은 느낌이 날까. 생각을 해본다.

아래는, 그 쁘락의 마지막 시간에 대한 후기를 탱고 동호회 카페에 남겼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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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신사쁘락 후기

몇 달 전 탱고를 배우기 시작한 때부터, 여름의 시작부터 여름의 끝까지 다녔던 신사쁘락이 이제 끝났습니다. 수업만큼이나 정모만큼이나 꼭 가려고 노력했던 쁘락이었어요. 처음 쌤들이 오라고 할 때부터 멋모르고 나가기 시작해서, 당연히 가야하는 것으로 알았죠.

그렇게 반쯤은 별 생각 없이, 반쯤은 동기들이 가니까 가게 되었던 쁘락. 밝은 엘빠소에서 다들 거울을 보며 연습을 하거나, 파트너와 론다를 돌며 연습을 하는 모습들을 보며 다들 정말 열심이라는 생각과 다들 탱고를 정말 좋아하시는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계속 새로 배우는 것들에 집중을 해야하는 수업과 달리, 어두운 조명 아래의 멋진 춤들에 집중하게 되는 정모와 달리, 쁘락은 신사 엘빠소 공간에 애정을 더 가지게 만드는 시간이었고, 좀 더 여유있게 탱고를 보고 생각하고 익힐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탱고를 추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겠지만, 쁘락에서는 탱고를 통해 더 다양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쁘락에서 환하게 맞아주셨던 쁘락지기님들. 두분에게서 세밀한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저 많이 좋아졌대요). 항상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쌤들과의 수업, 탱고, 정모는 앞으로 홍대에서도 이어지겠지만, 쁘락지기로서의 두 분과 신사 엘빠소, 신사 쁘락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건 너무 아쉬워요.

하지만 언젠가는 끝이 있을테니, 이렇게 짧고 강렬하게 끝맺음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 멋진 일 같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을 가끔 들춰볼 수 있도록, 영상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