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올랐다.
새벽 세 시 즈음. 집에서 일을 해야지… 하고서 깨작깨작 대다가, 이제 할 만큼 해서 누워서 잘까… 하다가 문득 단어가 떠올랐다. ‘환대’.

  1. 그리고 나서 바로 이어서 떠오른 것은 예전에 제주도 여행을 가서 썼던 글에서 ‘환대’라는 것을 잠깐 떠올리며 적었던 부분.

  2. 그리고 나서 바로 이어서 떠오른 것은 ChatGPT한테 환대를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할까?

그래서 먼저 ChatGPT 이야기 먼저 하자면, 결론은 역시 나보다 무척이나 똑똑하다. Hospitality 라는 단어의 어원을 이야기하며 환대란 이런 것이다… 라며 짧은 에세이를 적어주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혼자 상상했던 에세이와는 살짝 달라서아쉬웠다. ‘환대의 사회적 역할’이나, ‘환대의 한계와 도전’과 같이, 굳이 넓히지 않았어도 될 영역까지 살피며 나에게 너무 종합적인 정보를 주고자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는 ‘환대에 대한 에세이를 써줘. 안톤 슈낙 스타일로.’ 이렇게 프롬프트를 전달하니, 좀 더 내가 생각했던 에세이를 적어주었다. 약간은 진부한 철학자의 글 느낌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2번의 결론은, ChatGPT는 너무 똑똑하다. 물론 얼마나 환각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진 못한다. 얜 자의식과 감정을 가지게 되더라도, 이런 중립적이고 종합적인 성격이 되지 않을까? 어딘가 한쪽으로 치우치기에는 아는게 너무 많고, 이야기 해줄만한 것도 너무 많다.

이제 다시 1번으로 돌아가본다. 글의 일부를 가져오자면 이렇다.

그리고 생각나는 것은, 마지막의 환대와 비슷한 것이다. 내가 정말 못하는 것. 여행 중간에 혼자 이틀간 점심을 같은 가게에서 먹었다. 마루나키친이라는 곳인데, 딱새우정식이 아주 맛있어서 이틀 동안 그걸 시켜먹었다. 가게 주인이 첫날에는 먹는 방법을 잘 설명해주고, 두번째 날에는 약간의 눈인사로 반기며 메뉴를 이야기하려는데 ‘딱새우장 정식이요?’라고 먼저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이번에는 먹는 방법을 따로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세번째 날에는 게하에서 친해진 분과 함께 갔는데, 티는 잘 나지 않았지만 나를 기억한다는 정도의 눈인사를 해주고 안내를 해주었다. 이번에도 딱새우장 정식을 시켰는데, 게하 친구에게 먹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주더니, 나머지 모르는 것은 나에게 물어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돌아갔다. 이런, 역시 알고 있었어. 그리고 이렇게 센스있게 나와 손님을 대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탄했던 것은, 다음 날 내가 다른 숙소로 떠난 후 게하 친구 혼자 그 가게에 갔는데, 다 먹고 계산하는 와중에 가게 주인이 왜 나와 함께 오지 않고 혼자 왔냐고 물어봤다는 것이다. ‘또 오셨네요’, ‘친구분이랑 오셨네요’라는 인사가 아니라, 가게에서 일하며 대화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그런 식의 기억과 환대를 자연스럽게 녹여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여행자들이 많은, 조금은 여유있는 곳이라 그런 센스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그런 대화를 겪게 된다는 것도, 그런 대화를 여유있는 상황에서 접하게 된다는 것도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나는 여유가 생기면 그런 센스를 가질 수 있을까 하며.

마루나키친은 아직 남아있을까? 살면서 가게에서의 그런 센스는 접해본 적이 없다. 살면서 실제 경험에서의 ‘환대’를 느낀 경험은 처음이었다. 언제 또 그런 환대를 받거나, 혹은 내가 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위의 제주에서 썼던 글을 조금 더 옮겨본다.


게하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정말 많은 주제들을 이야기했다. 그 중에 몇가지 기억나는 것이 있다.

여행을 할 때, 어느 곳을 여행하든 사람들과 함께할 때는 그 곳을 여행하는 느낌보다는 사람들과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 그래서 여기가 인도이든 유럽이든, 사실 그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한편으로는 아쉬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 좋다는 이야기로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주도의 게하에 계속 오는거겠지?

여기에 내려와서, 항상 하는 걱정은 오늘 점심은 뭘 먹지, 저녁은 또 뭘 먹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함께 했던 게하 친구분이 가끔 툭 던지는 말이 있었는데, 뭘 먹을지가 오늘 최대의 고민이라는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하는 것이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얼마나 평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가. 매일 이런 생각들도 떠올린다면 여행이 더 즐겁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여행자들과 쉽게 만나고 어울릴만한 숙소를 구하거나 그런 여행을 하거나 하는데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몇 년 전에 썼던 글을 읽으니, 새로운 사람,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는 여행을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런 여행을 빨리 하고 싶다. 뭘 먹을지가 오늘 최대의 고민이라는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행.

이제 자야지.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