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카펫 빨래를 하러 빨래방을 가고, 당근마켓으로 캣타워 무료나눔을 하고, 설겆이를 하고, 빨래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잠깐 논현역까지 산책을 하러 나갔다오고, 슈퍼에 가서 딸기와 마늘을 샀고, 밥을 먹고, 책상을 정리하고, 향을 피우고, 무선충전기에 가죽을 덧대어 꾸미고, Aircast가 라즈베리파이에서 동작하도록 만들었고, 이를 닦으며 이메일 뉴스레터를 읽었고, 프라이데이를 안아줬고, 일기를 썼다. 하루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한 것도 오랜만이다. 프라이데이는 식탁에 올려둔 샌드위치를 자기가 먹겠다며 들고서 상자 속으로 들어가버렸고, 맛있게 먹을 만큼 먹었는지 뻗었다.

빨래방에서 세탁기 30분, 건조기 30분을 돌리며 통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잠깐 낮잠이 들었다. 꿈은 꾸지 않았지만 달콤했고, 자고 일어나니 통 속의 빨래들이 퉁퉁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루종일 안절부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하루가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괜찮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