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밴드 합주실이 떠올라서 잠이 오질 않는다.

밴드 합주실의 이름은 DSS이다. Dog Sound Studio.

/ 어제 저녁, 합주가 끝나고 약속이 있어서 필요한 짐만 차에 싣고 떠나왔다. 사실 지난 일요일 합주를 마지막로 DSS를 떠났다. 월세로 빌려서 쓰던 합주실 생활을 끝내고, 떠돌이 밴드를 하기로 멤버들과 결정했다. 그리고 합주실은 모두 철거해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만들고 나오기로 했다. 아마 철거할거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서 잠도 달아난 것이리라(혹은 비가 와서거나).

사람과의 관계가 ‘이제 안녕’, 하고 평생 끝나는 일은 별로 없으니까. 다시 만날 일 없어보이는 외국 친구도 희미하게 소식을 주고받으니까. 학교를 졸업하고 떠나와도 학교는 그 자리에 남아있으니까.

DSS의 철거는 ‘이제 안녕’ 이다. 어느 차가웁던 겨울 날 작은 방에 모여 부르던 그 노래는, 이제는 기억속에 묻혀진 작은 노래됐지만 우리들 마음엔 영원히.

태어나 처음으로 가지게 된 우리들만의 아지트였고, 나만의 아지트였다.

마음대로 뜯어고쳐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고, 마음껏 소리쳐도 아무도 듣지 못했다. 스피커가 화가 난 듯 소리를 크게 틀어도 상관없었고, 동네에 버려진 가구들을 하나 둘 주워와서 공간을 꾸며도 다들 말리지는 않았다. 포기는 했겠지만.

바보같이 혼자 울기도 하고, 쾅쾅거리는 음악을 들으며 화를 내기도 하고, 술을 홀짝 마시기도 하고, 불을 다 끄고 별빛 가득한 플라네타리움만 켜고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가끔 줄담배를 펴기도 했다(이제야 고백한다).

/ 2010년 겨울부터, 6년동안 일요일에는 DSS에 갔고 153밴드 합주를 했다. 적당한 시기에 밴드 생활을 시작해서 즐거운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기타는 아직도 못친다. 그래도 DSS의 엉성한 풍경이 나의 엉성함을 묻히게 해주었다. 이제 반짝반짝한 합주실을 대여해서 합주를 하면 나의 엉성함이 돋보이겠지.

DSS가 있어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 외의 즐거운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었고, 여행도 갈 수 있었고, 공연도 할 수 있었고, 동네친구들과 파티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제대로 짜여진 합주보다는 놀면서 연주하고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DSS가 좋았다. 물론 합주를 하기에도 더할나위 없이 편한 공간이었다.

열흘 전만 해도 합주실을 빼기 전에 친구들을 불러서 마지막 파티를 하자고 이야기했었는데, 일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어서 생각할 겨를 없이 끝이 나고 말았다. DSS에게 고마웠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그 풍경을 하나하나 마지막으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기억할 조각이라도 하나 들고 올 생각을 못했다.

멍하니 생각나는대로, 인터넷의 작은 구석에 DSS를 기리기 위한 글을 남긴다. 바이바이, D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