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아파트 불빛을 보며 생각한다. 동그란 가로등 불빛을 보며 생각한다. 반짝이는 담뱃불을 보며 생각한다.

삶이란 무엇일까?

내 머릿속에 전문적인 지식과 감성 둘 중 하나만 넣을 수 있다면 무엇을 넣어야 옳을까? 내가 지내는 시간 중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과 나의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 어떤 것이 의미있을까?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밖에 없을까. 두개 다 넣겠다고 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걸까.

이성적인 판단과 감성적인 판단은 다른걸까? 어떤 것이 진짜 나에 가까울까? 어떤 것이 진짜 나를 위한 것일까?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성이 감성을 다스리려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적어도 감성은 삶을 새로운 것들로 채우려 하고 이성은 지켜나가고 깊게 파고 들고 싶어 하는 것은 알 수 있다. 새로운 것들로 채우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깊게 파고 들어가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적어도 삶은, 나에게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 서로 함께할 수 있는 상황은 없다. 새로운 땅을 파려면 이전에 파던 땅에서 나와야 한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간다. 그리고 나는 나이가 들어간다. 내 주변은 바뀌어간다. 기차를 타고 목적지에 가다가 함박눈이 내리면 잠시 작은 역에서라도 내리고 싶다. 소나기가 내리면 목적지를 잠시 잊고 창밖의 풍경과 창에 부딪히는 빗물만 생각한다. 여행은 한 장소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여행을 가는 것 자체, 움직이며 만나는 것들과 거기서 느끼는 것들 자체가 여행이라고들 한다. 삶이 여행이라면 나는 어떤 여행을 하고 있나? 언제나 나는 멀리 떨어진 어떤 장소에 가서 경험할 새로운 것, 맛있는 음식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 가다가 멋진 풍경이 있으면 그냥 멈춘다. 가만히 있는다. 해가 질 때까지, 안개가 걷힐 때까지, 멋진 풍경이 새로운 느낌으로 바뀔 때까지. 하지만 그게 진정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보다 훨씬 의미있는 것이 내가 처음 정한 멀리 떨어진 어떤 장소에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여행을 떠나려고나 했을까? 영원이라는 것이 있을까? 내가 사라져도 세계는 남아있을까? 무엇 때문에 나는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일까? 정말로 삶은 재미있는 것일까? 나는 왜 되도록 많은 경험들을 하려고 할까?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도 괜찮은 것의 경계는 도데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도데체, 나만 이런 것일까…..

서른 둘. 사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