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
오랜만에 맞이하는 산뜻한 오전의 전철풍경.
‘즐거움’이란 단어는 느낌의 표현을 나타내는 단어이긴 한데, 여러가지의 느낌을 담고 있는 말 같다. 물론 어젯밤엔 한시간 반밖에 못자긴 했지만, 지금은 최근 몇달 중에 가장 말끔하고, 여유있고, 깨끗한 기분이 든다. ‘걱정’이란건 다 가라앉아서 발가락 끝으로 이미 빠져나간 것 같다. 이렇게 시원하고 햇살이 맑은 전철안의 풍경을 본 것도 무지 오래간만이고, 사람들도 딱 적당한-휑하지도 않고 숨막히지도 않는- 객차 안은 정말 정겹게 느껴진다.
조 금전까지 ‘반짝 반짝 빛나는’을 읽다가, 일기가 쓰고 싶어져서 석수역부터 일기를 쓰고 있다. 이 개운함과 이 풍경 그대로라면, 하루 종일 앉아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를 통학할 때엔 왜 한번도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을까, 하니 이시간에, 오전 10시에 전철을 타고 있었던 적은 없었다. 오전 7시나 11시, 아니면 저녁… 이 시간엔 사람들도 다 여유로워 보이고, 가지고 있는 짐들도 왠지 가뿐해 보인다. -지금 내눈에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 역시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객차안 곳곳에 튀어나온 스테인레스 스틸 파이프, 문, 쇠 색깔, 주렁주렁 걸려있는 손잡이. 사람들을 ‘옮기기 위한’ 금속상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정겨워 보일 수 있을까. -그리고 역시 마음도 방학이다. 지금 난.- 오늘같은 기분과 풍경이라면 혼자 떠나는 기차여행이 설레일 것 같다. 정말로 남쪽으로 떠나볼까…… 이제 곧 수원역이네.
석수부터 수원. 아홉 정거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