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꼴. 책을 읽었다. 물리적인 제품은 그 기능을 하기 위한 구조, 사람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의 형태, 시대에 따라 구현 가능한 기술적 구조와 마감 등을 토대로 기존의 디자인에서 점점 더 발전적인 형태(혹은 시대상을 반영하는)로 가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제약사항도 비교적 명확해서 디자이너가 제약의 테두리 안에서 더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제약을 깰 수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는 여러 이유로 다양하고 자유롭게 시도 못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스크린 속의 제품은 그에 비해 제약이 적거나 불분명하다. 그리고 제약사항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다보니 제약사항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도 생기고, 어떻게 어디까지 자유롭게 디자인을 시도해야하는지 모르는 상태가 생기는 것 같다. 참고할 만한 것이 없으면 더 그런 것 같고. 특히 전달해야할 정보나 혁신적인 새로운 기능 방식이 물리적 제품보다 훨씬 짧은 주기로 나타나다보니, 기존의 잘 익은 방식을 참고하거나 그것의 내면에 쌓인 고민의 흔적들을 이해하며 내 것을 만들어가기는 시간이 빠듯하다. 동일한 기능의 스크린속 제품을 물리적 제품의 형태로 디자인하는 것을 시도해본다면 제약사항을 명확히 규정하는데 도움이 될까? 내가 했던 디자인도, 방문을 달아야 하는데 어쩌면 어린 아이가 지나갈 수 있는 만큼만 열리는 방문을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 - 책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독후감을 쓸까 하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는데 딴길로.. - 생각해보니 실제로 고민했던 것은, 디자인 단계가 아닌 디자인 준비 단계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