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to ONE - 피터 틸 (Aug 01, 2016)
내용이 그리 많지 않고, 어렵게 읽을만한 책은 아닌데 나에게는 어렵게 느껴졌다. 최근에 책을 잘 읽지 않아서 느리게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나에게는 그리 흥미가 가지 않는 내용이었을 수 있다. 후자라고 생각하지만, 전자의 이야기도 맞기는 하다.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적합한 사례를 통한 귀납적 사고로 자신의 주장을 일반화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교과서도 아니고, 학문서적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전개방식이 유쾌하다. 때로는 너무 멀리 뻗어나가서 좀 흥미가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한편 실리콘밸리를 고수하던 기업가들은 닷컴 붕괴 사태에서 4가지 큰 교훈을 얻었는데, 이 교훈들은 지금가지도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히 박혀 있다. 1. 점진적 발전을 이뤄라 2. 가벼운 몸집에 유연한 조직을 유지하라 3. 경쟁자들보다 조금 더 잘하라 4. 판매가 아니라 제품에 초점을 맞춰라
…. 이들 교훈은 이제 스타트업의 세계에서 절대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감히 이 교훈을 무시했다가는 당연한 저주, 즉 2000년의 대규모 붕괴 사태에서 기술에게 떨어졌던 것과 같은 저주를 받게 될 거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앞의 원칙들보다는 정반대의 원칙이 오히려 옳을 것이다. 1.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대담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 2. 나쁜 계획도 계획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3. 경쟁이 심한 시장은 이윤을 파괴한다. 4. 판매 역시 제품만큼이나 중요하다. p.33
아래는 참 매력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이건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행운이 아닐까.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다. 수년간 혹은 수십 년간 독점 이윤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은 혁신을 위한 강력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독점기업은 혁신을 계속 지속할 수 있게 되는데, 왜냐하면 독점 이윤 덕분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경쟁 기업들은 꿈도 꾸지 못할 야심찬 연구 프로젝트에도 돈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p. 48
라스트 무버가 1등이 된다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first mover advantage’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어느 시장에 처음 진입한 기업은 다른 경쟁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먼저 움직이는 것은 하나의 전략일 뿐 목표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따라와서 1위 자리를 빼앗는다면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라스트 무버’가 되는 편이 낫다. 즉 특정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훌륭한 발전을 이뤄내어 몇 년간 심지어 몇십 년간 독점 이윤을 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방법은 작은 틈새시장을 장악한 다음, 거기서부터 규모를 확장하고 야심찬 장기적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 점에서 비즈니스는 체스와 비슷하다. 체스 선수 최고의 영예인 ‘그랜드마스터’가 되었던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마지막 수를 연구하라.” p.80
공학을 지향하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요즘 가장 유행하는 말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도록 ‘린 스타트업’을 하라는 것이다. 기업가가 될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미리 알 수는 없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야 하고, ‘최소기능제품’을 만든 다음 성공한 기업들을 그대로 따라가라고 한다.
하지만 ‘린 스타트업’은 방법론일 뿐 목표가 아니다. 기존에 있는 물건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으로는 지역 시장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세계 최고가 될 수는 없다. 아이폰으로 화장지를 주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중에서 최고로 괜찮은 것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담한 계획 없이 재현만 해서는 결코 0에서 1이 될 수 없다. 불명확한 낙관주의자에게 회사란 정말 이상한 곳이다. 회사를 성공시킬 계획도 없으면서 왜 회사가 성공할 거라고 기대하는가? 다윈주의는 다른 곳에서라면 훌륭한 이론일지 모르지만, 신생기업 세계에서 최고의 이론은 ‘똑똑한 디자인(계획)’ 이다. p.106
잡스가 디자인한 가장 위대한 작품은 그의 사업이었다. 애플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효과적으로 유통시키기 위한 명확한 장기적 계획을 상상하고 실행했다. ‘최소기능제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1976년 애플을 창업한 이래 잡스는 줄곧 꼼꼼한 계획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포커스 그룹의 말을 듣거나 다른 사람의 성공을 모방할 생각은 없었다. p.107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에는 더 이상 숨겨진 비밀은 남아 있지 않다고 믿는 사람이 이토록 많아졌을까? 그 시작은 아마 지리학이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지도에 빈칸으로 남은 곳은 없다. 18세기에 자라난 사람들은 아직도 새로운 갈 곳이 있었고, 해외 탐험에 관한 모험담을 듣고서 스스로 탐험가가 될 수도 있었다. 19세기와 20세기 초만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이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모든 서구인들에게 아직 제대로 탐험되지 않은, 지구상의 가장 이국적인 장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었다. .... 물리적으로 개척할 곳이 점점 없어진다는 자연스러운 사실에 사회적 추세 네 가지가 더해지면서 숨겨진 비밀에 관한 믿음을 뿌리째 없애버렸다. 1. 점진주의 2. 위험회피 3. 무사 안일주의 4. 평평화(글로벌화) p.129~131내셔널지오그래픽>
우리는 이력서를 꼼꼼히 검토하거나 단순히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을 고용해 마피아로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접근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뉴욕에 있는 로펌에서 근무할 때 나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내가 함께 일했던 변호사들은 가치 있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한 사람씩 따지면 매우 인상적인 사람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서로의 관계는 튼튼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사무실 밖에서는 서로 할 얘기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서로 좋아하지조차 않는 사람들과 왜 함께 일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려면 이런 일은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사무실을 그저 직업적 관점으로만 보고, 거래를 하기 위해 프리랜서들이 들락거리는 곳이라고 여긴다면 서로를 차갑게 대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심지어 합리적이지도 않다. 장기적인 미래를 함께 그려가지 않는 사람들과 일하며,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써버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직장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지속되는 관계가 남지 않는다면 결코 시간을 잘 투자한 것이 아니다. 순전히 금전적으로만 따지더라도 말이다. 처음부터 나는 페이팔이 거래 관계가 아니라 단단히 엮인 관계가 되길 바랐다. 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튼튼해지면, 단순히 사무실에서만 더 행복하고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페이팔을 넘어 우리의 커리어에서도 더욱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우리는 실제로 즐겁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했다.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특히 ‘우리’라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신나게 생각해야 했다. ‘페이팔 마피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p.159~160
하지만 기업가라면 극도의 헌신적 문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에 미적지근한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신호일까? 그저 직업적인 태도만 취하는 것이 유일하게 이성적인 접근법일까? 광신 집단의 정반대는 액센쳐 같은 컨설팅 회사다. 컨설팅 회사에는 뚜렷한 자체적 미션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개별 컨설턴트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린다. 회사에 대해 장기적 연결고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 문화는 다음과 같은 일직선상의 한 점으로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스타트업은 조금 덜한 정도의 광신 집단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광신 집단은 뭔가 중요한 부분에 관해 광적으로 ‘틀린’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이 놓친 무언가에 관해 광적으로 ‘옳다.’ 이런 종류의 숨겨진 비밀은 컨설턴트를 통해서는 배울 수 없다. 따라서 기존의 전문가들이 당신 회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광신 집단, 심지어 마피아라고 불리는 편이 차라리 낫다. p.166
대부분의 청정기술 기업이 도산한 이유는, 모든 기업이 반드시 답해봐야 할 일곱 가지 질문 중 한 가지 이사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1. 기술 : 점진적 개선이 아닌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2. 시기 :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인가? 3. 독점 : 작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4. 사람 :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5. 유통 : 제품을 단지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6. 존속성 :시장에서의 현재 위치를 향후 10년, 20년간 방어할 수 있는가? 7. 숨겨진 비밀 :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p. 202
테슬라의 CEO는 완벽한 공학자인 ‘동시에’ 세일즈맨이었다. 그러니 그는 자신의 팀도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일론은 자신의 스태프들을 이렇게 설명했다. “테슬라에 들어왔다면 특수부대에 있기로 한 거나 마찬가지죠. 정규군도 문제는 없지만, 테슬라에서 일한다면 한 차원 높은 게임을 해야 합니다.” p219~220
아마도 ‘우리가 우주적 규모의 특이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한 번밖에 없는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모든 것들(우주,지구,조국,회사,인생,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단 한번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새로운 것들을 창조할 수 있는 하나뿐인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즉 우리는 0에서 1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단순히 지금과 다른 미래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첫 번째 단계는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처음 고대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낯설고도 신기했던 것처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볼 때만이 우리는 세상을 재창조할 수 있다. 그리고 오직 그때에만 미래가 올 때까지 세상을 보존할 수 있다. p.25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