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소설을 읽었다. 알고 있는 것이라면 아주 유명한 소설이라는 것. 다 읽고 나니 100쪽 정도의 짧은 소설이었고, 그 뒤에 ‘부조리 문학’이라는 짧은 설명이 있었다.

지난 주말과 이번 주말 오후, 인도 구루가온의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햇살을 맞으며 읽었는데 괜찮은 선택이었다. 지하철 형광등 아래 서서 읽는 것보단 훨씬 이야기와 어울렸다.

소설을 다 읽을 때까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깊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저 이야기를 따라가고 글자로 적힌 풍경들을 머릿속에 그리며 읽어갔다. 표현들이 워낙 사실적이어서 그 풍경을 따라 한줄한줄 읽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마치 영화처럼.

결과적으로 자신의 적극적인 의지 없이 점점 좋지 않은 상태로 빠져들어가는 주인공, 그리고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게 옭아매는 법이라는 틀. 연관성이 적어보이는 여러가지 행동과 사건들이 결국 누군가에 의해 하나의 주제로 엮이게 되고 그 사람을 대변하게 된다. 나머지 수많은 일상과 행동과 성격들로 대변할 수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은 힘을 잃고 말이다. 결론짓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사건이 누군가의 의지에 따라 다른 것들과 엮여져 범죄로 단정지어진다.

마지막에 가서는, 이런 법이라는 것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분명 흑과 백, 이분법으로 무 자르듯 자를 수 없는 이 세상이 어떤 순간엔 옳고 그름, 두 가지로 구분되게 된다. 그렇다면 그릇되었더라도 나는 내 삶을 지켜내겠다. 물론 그렇게 하기는 힘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