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설을 읽어도 소설의 이야기보다 특정한 부분에 심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그렇다. 그리고 이번 소설은 E-book을 전자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었는데, 대여기간이 끝나서 책갈피 해놓은 부분이 다 사라져 버렸다. 그 중 건진 것.

한 남자가, 밤이 늦어, 살짝 취한 나머지 전 애인에게 편지를 쓴다고 생각해보자. 그가 편지봉투에 주소를 적고, 우표를 붙인 다음, 코트를 찾아 입고 우체통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편지봉투를 밀어넣은 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잔다고 말이다. 그가 마지막 과정까지 일사천리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안 그런가? 편지는 다음 날 아침까지도 부치지 않은 채 놓여 있을 것이다. 얼마 안 가서, 아니나 다를까, 생각이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이메일에는 미덕이 많다. 임의적이고, 즉각적이고, 감정에 대해, 감정상의 결례에 대해서까지 진실되다. 77.48%

옛날 사람들은 편지가 전달될 때까지의 긴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장담하는데, 삼 주 동안 우체배달부를 기다리는 건 사흘동안 이메일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사흘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느냐고? 어지간한 보상으론 성에 차지 않을 만큼 길었다. 베로니카는 놀랍게도 내 메일의 제목 - 안녕, 또 나야. - 을 지우지 않았는데, 그것이 내겐 사뭇 귀엽게 여겨졌다. 7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