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장편소설을 읽었다.

빨간책방에 나오는 김중혁 소설가가 쓴 소설. 빨책에서 리뷰도 해주고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어서 그런지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을 분석하는 능력은 없어서 그냥 오랜만에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빨리 읽은 소설 정도의 느낌인데, 이런 종류의 소설은 처음이라 더 즐거웠다. 가끔 이런 소설도 읽어주어야지. 너무 무겁지 않게.

딜리팅이라는 직업이 재미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사회를 보는 관점을 한 걸음 먼저 나아간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 많이 만들고, 소비하고, 모으고, 버리는 사회이다. 그러다 보니 잊는 것도 많고 정을 덜 주는 것도 많다. 그 속에서 정말 간직하고 싶은게 무얼까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고, 반대로 내가 가진 많은 것들은 어쩌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게 생각하게도 해준다. 내 방만 둘러봐도, 얼마나 많은 것들이 손때묻지 않은 채로 몇 년 동안 자리를 잡고 있지 않나.

간직한다면, 곧바로 떠오르는 것은 편지와 사진과 필름이 담긴 신발 박스 몇 개 정도. 그리고 바로 책상 주변에 있는 펜이나 선물 받은 몇 가지, 그리고 인형들.

딜리팅을 한다면, 마찬가지로 편지와 사진과 필름이 담긴 신발 박스 몇 개.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온라인 상에 떠도는 나의 이야기들과 사진들을 딜리팅 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몇 년, 십수 년째 박스안에 있는 물건들은 온라인의 그것들과 가치의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필름과 인화된 사진은 추억이고, 편지는 지난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런 것들은 훨씬 더, 딜리팅 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