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스타트업 책을 읽었다. 사실 자의로 읽은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일로 읽게 되었는데, 무척이나 의미있게 다가온 책이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린 스타트업 책을 읽는 와중에 린UX도 함께 접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생각이 한쪽으로 쏠린 경향도 있다.

Lean startup이라는 단어와 함께 새로이 떠오르고 있는 단어는 LeanUX이다. 사실 둘의 차이는 나에게 아직 모호하고, Lean 이라는 둘레에서 UX와 Startup이 맞닿아 있는 정확한 지점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이해하게 된 것은, UX디자인은 폭포수(waterfall) 방식의 프로세스보다는 계속해서 반복(iteration)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Lean이라는 것이 디자인을 그 반복의 과정에 속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적합한 틀이라는 것이다. UX디자인에서의 반복과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하나는 UX디자인 과정 내에서 작은 반복이고, 하나는 전체 프로젝트(사업)내에서의 큰 반복이다.

첫 번째로 작은 반복은 문제를 발견-검증-해결하고 구현하는 단계의 반복으로 그 안에서 반복을 이끄는 원동력은 프로토타입과 베타테스터(?)를 활용한 UT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실제 서비스가 아닌 프로토타입이라는 것과, 실제 사용자가 아닌 짧은 시험 사용해보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UT가 UX디자인을 절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산업 전체의 구조에 알맞은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정되어 왔으며 지금도 효용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로 큰 반복은 서비스(제품)을 출시하고 유지하고 보수하고 더 나은 서비스로 만들어가는 단계의 반복으로, 그 안에서 반복을 이끄는 원동력은 실제 사용자에 대한 측정과 그 지표라 할 수 있겠다. Lean startup 책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앞의 첫 번째 반복이 주로 단위가 큰 프로젝트에 알맞은 방식이라고 하면 두 번째 반복은 작은 프로젝트(새로 시작하는 서비스, 특히 요즘같은 IT 스타트업 부흥기에)에 알맞은 방식이다.

물론 위의 두 반복과정은 나의 생각일 뿐이며, 더 경험하다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리고 제일 좋은 방식은 첫 번째 방식과 두 번째 방식이 혼합될 때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프로젝트의 크기(혹은 기업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 것이 현실성 있는 답안인 것 같다. 그리고 문제는, 작은 스타트업들은 두 번째 방식의 반복을 지향해야 하지만 몸과 마음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잘 실천하기 힘든 것 같고, 따라서 이런 Lean startup이란 책까지 나와서 이슈화되고 있지 않나 싶다.

책과는 별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해놓았는데, UX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생각난 것들을 이야기해 본 것이다. LeanUX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위의 고민을 해봐야 겠다. 아래는 책을 읽으며 밑줄 긋고 싶었던 부분.

린스타트업 방법은 반대로 회사를 어떻게 ‘운전’해 나가는지를 알려준다. 수많은 가정을 바탕으로 복잡한 계획을 만들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측정-학습’이라는 피드백 순환을 통해 운전자와 운전대가 서로 상호 작용해 나가는 것처럼 끊임없이 조정해 나가는 방식을 알려준다. 이처럼 끊임없는 조정 과정을 통해 우리는 현재 진행해 나가는 사업 방향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현재 진행하는 방식 그대로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p. 10

스타트업도 다 그들만의 목적지가 있다. 세상을 바꿀 만한 사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스타트업의 ‘비전’이라고 부른다. 이 비전을 실현하려고 스타트업은 사업 모델, 제품 개발 로드맵, 파트너와 경쟁자의 정의, 고객의 정의 등을 포함하는 전략을 세우게 된다. 제품과 서비스라고 하는 것은 이 전략의 결과물로 존재하게 된다(다음에 나오는 그림을 보라). - 비전>전략>제품으로 구성된 피라미드 구조 제품은 ‘엔진 튜닝’이라는 최적화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전략은 제품보다는 덜 바뀌지만, 방향 전환이라는 과정을 통해 역시 변화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비전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창업가들은 이 비전을 통해 조직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끌고 간다. 중간 중간 성과 측정을 잘 하면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다음에 나오는 그림을 보라). -*변화 : 비전>전략(방향전환)>제품(최적화)로 구성된 피라미드 구조 (비전은 유지된 채 방향전환 및 최적화를 통해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내용) p.11~12

내가 창업가라면 스타트업은 무엇인가? 린 스타트업은 창업가들이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론이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해 보자. 스타트업이란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려고 나온 조직이다. 나는 이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정의가 생략한 것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정의는 회사 규모, 사업 분야, 산업 종류 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즉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있기만 하다면 그 조직이 정부 조직이든, 대기업 신규 사업 부서든, 비영리 조직이든, 벤처 기업이든 모두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인지하느냐 못 하느냐에 상관없이 말이다. p. 17

마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제품 관리자는 ‘이걸 원해’라고 말합니다. 엔지니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만들겠습니다.’ 대신 저는 다음 네 가지 질문에 먼저 대답하라고 팀에 강조합니다. 1. 고객이 여러분이 풀려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나? 2. 해법이 있다면 고객이 살까? 3. 고객이 그것을 우리 회사에서 살까? 4. 우리가 그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 수 있을까? p. 59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데 과학적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인간 창의성을 가장 생산저그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잘못 판단해서 기존 방향을 고수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창의성을 파괴하는 주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피드백에 기초를 두고 새 방향으로 스스로 방향 전환하지 못하는 회사는 좀비의 땅에 갇힌 것처럼 성장하지도, 죽지도 못하고 직원과 기타 주주의 자원과 헌신을 소비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p. 151

스타트업의 생산성은 장치나 기능을 척척 만들어 내는 데 있지 않다. 가치를 만들고 성장을 이끄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우리의 노력을 맞춰나가는 데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방향 전환에 성공해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설 수 있다. p. 152

도요타 생산 시스템은 현존하는 경영 시스템 중 가장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도요타가 역사상 가장 선진적인 학습 조직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면서 혁신적인 신제품을 계속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도요타는 거의 한 세기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많은 창업가가 바라는 장기적인 성공이다. 린 생산 기술이 강력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결국 제대로 된 측정 지표를 사용하여 성과를 측정하며 잘 돌아가는 조직의 일종의 상징에 불과하다. 프로세스는 결국 훌륭한 조직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토대가 없이는 학습이나 창의성 혁신을 장려하는 문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잘못을 깨달은 많은 인사부장이 증언하듯이 말이다. p.211

1911년 테일러는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는 숲이 사라지고 수력이 낭비되며 토양이 홍수에 쓸려 바다로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으며 석탄과 철이 고갈되어 가는 것을 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인간의 열정과 노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투르거나 방향을 잘못 잡거나 비효율적이라서 낭비되는 인간의 노력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다만 여렴풋이 인식될 뿐이다. 우리는 물질적인 것의 낭비를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서투르게 비효율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도 않고 감지할 수도 없다. 감지하려면 기억하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간의 노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 물질 낭비보다 훨씬 심각한 것인데도, 후자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반면, 전자는 사람들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 다른 한편으로 테일러의 말은 내게 완전히 동시대의 것으로 다가온다. 물건을 만드는 데 효율성을 과시하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낭비가 심하다. 이러한 낭비는 일을 비효율적으로 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피터 드러가 말한 것처럼 말이다. “전혀 해서는 안 될 일을 매우 효율적으로 하는 것만큼 무용한 짓은 확실히 없다.” p. 282~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