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읽었다.

이것 저것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끝없이 나오는 것 같다. 그렇다고 수십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서 재밌다!로 끝나는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이다. 다 읽고 생각해보니 소설에 나오는 배경은 딱 두 곳이다. 친구와 이야기하던 곳, 그리고 셀시우스와 이야기 하던 곳. 읽는 동안 난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를 떠올렸던가? 음. 흰색 원형의 방과 어렴풋이 기억나는 폼페이의 돌이 된 사람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폼페이를 화제로 상상력을 이끌어 낸 것도 그렇고, 대화로 소설 하나를 써버리다니!

상상력을 자극했던, 소설의 첫 페이지를 적어본다.

 

- 79년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어. 아름다운 도시 폼페이가 온통 잿더미에 파묻혔지. 정말 끔찍한 사건 아니야? 이 일로 이익을 본 사람은 도데체 누굴까? 돌이켜보면 폼페이는 고고학자들이 받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었을 거야. 그러면 이걸 누가 꾸민 짓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 홈. 궤변치곤 나쁘지 않군.

- 억지 같아?

-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 그렇게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잖아? 도시 하나를 꼭 없애야겠다면, 없앨 도시는 얼마든지 있었어. 수천 수만의 도시가 있었지. 하지만 파괴된 것은 우연히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였어.

시간의 옷. 아멜리 노통브. P.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