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산책 (Jun 24, 2016)
몸이 뜨거워서, 창밖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산책을 하러 나왔다. 오랜만에 학교. 분재처럼 잘 가꿔진 손바닥만한 학교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 매일 밤 산책했던 풍경. 학교는 나를 닮았다. 아니면, 내가 학교를 닮아갔다. 아직 6월의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학교 앞에는 학생들이 드문드문 있다. 학생들은 이랬었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활기찬 모습들.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생소한 풍경이다. 학교를 오는 동안 옛 노래들을 들으며, 많은 감정을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와서 옛 감정들이 떠올랐다. 옛날의 모습들도 떠올랐다. 옛날의 풍경들도 떠올랐다. 해질녘의 학교, 소나기가 오는 풍경, 함박눈 내리는 학교, 해뜰무렵의 학교, 벚꽃 가득한 학교, 푸른잎으로 가득한 학교, 단풍으로 가득한 학교, 한밤중 주황빛의 학교, 졸업식날의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