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꽉 찬 하루, 그 감상 (Jun 28, 2014)
하루에 스케줄을 세 개 잡은건 거의 몇 년 만이 아닐까. 그리고 혼자 차 안에서 팟캐스트도 많이 들었다. 오늘의 느낀점.
1.날씨가 좋다. 농작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장마가 조금만 더 늦춰졌음 좋겠다.
2.옛날 7층 방이 그립다. 오늘처럼 날씨 좋은 토요일, 혼자 음악을 크게 켜고 의자에 앉아 창문 밖 숲을 보며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흥얼거리면 얼마나 좋을까. 첫 음악은 조지윈스턴의 rain이 좋겠다.
3.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로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를 들었다. 내성적인 성향에 대한 고찰. 난 역시 내성적인 사람인가보다. 공감.
4.대학원 후배님들의 한 학기 발표를 들었다. 코멘트를 한다면 어떤 말을 해야할까 생각하니 발표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물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전에 그 자리에 있을 때 보다는 훨씬 잘 했다.
5.왜 논문은 다 큰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에 가서야 내 이야기를 하는걸까. 앞에 제목과 요약이 있기는 하지만, 지루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외국의 논문들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작은 동네 골목을 디자인하기 위해 정말 도시계획에서의 이론적 접근이 필요한걸까.
6.빨간책방 팟캐스트로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을 들었다. 의도에는 미안하지만 날 좋은 오후 시내를 느릿느릿 이동하며 날씨와 너무 어울리게 좋았다. 상황은 슬펐지만, 빵장수 아저씨의 대처가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7.후배가 함께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았다. 빌딩 꼭대기 층에서, 카페에서, 무대 자리 뒤에는 작은 옥상공원과 적당한 높이의 나무들과 벽과 창과 조명이 있었다. 그 장면이 너무 멋지고 부러웠다.
7.학교 후배들이 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았다. 누구를 평가할 수준은 절대 아니지만, 감정보다는 꾸밈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아,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친구들에게는 그 연주와 노래가, 지금이, 그 장소가 황금의 시대, 화양연화였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누구보다도 감정이 충만하게 무엇을 하며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 때 무얼 했는가. 모니터의 글자들을 쳐다보고 있었나. 후배들이 멋져보인다.
8.7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