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우걱우걱 (Jan 01, 2012)
블로그만은 아직, 오직 내 것인 청정지역.
남극의 바닷속 깊은 얼음처럼, 고이고이 숨겨진 곳.
페이스북은 이미 공공의 공간.
친구도, 전문분야의 인맥도, 갑의 업체분들도, 교수님들도, 후배들도, 논문 심사위원분들도, 엇갈린 인연도, 모두가 섞인 공간.
거기서는 일단 조심스러워진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는가,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는가.
사실 그런 판단 뒤에 글을 쓰지는 않지만, 어쨌든 페이스북에 올릴 만한 글은 그럴만한 글이다. 어느정도 공공에게 노출될만한 글.
싸이월드는 이미 책장 속 앨범.
비공개 말고는 모두 전체공개이지만, 그건 이미 고요한 호수.
더이상 글이나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이런 청정지역이라 칭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고민해볼만 하다.
사실 혼자만의 일기도 좋겠지. 하지만 그럴 거라면 싸이월드가 더 혼자만의 것일 수 있다.
이미 아무도 다시 오지않는 호수니까.
그런의미에서 보면, 누군가 읽을 것이란 기대는 하는 듯. 희안하다.
미투데이는 감성의 공간.
그리고 다섯시 기록의 공간.
트위터보다 미투데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한국인의 감성이기 때문.
네이버로 넘어가기 전의, 미투데이의 존재의 의미가 그랬듯, 만박씨의 감성이 그랬듯.
그리고 짧은 글의 의미가, 지워지지 않는 글의 의미가 그렇듯.
하나의 느낌이나 생각이나 감상이나 풍경을 새길 수 있는 곳.
자주 업데이트 되어도 전혀 거리낌 없는 곳.
블로그는 오직 내 것인 공간.
사방이 바다인 섬처럼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있지만,
사실 작은 문 하나만 열려있는 곳,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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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싶었던 말은,
우걱우걱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페이스북에 쓰지못할 그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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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쓰다가 머리만 지쳐서, 담배만 피우다, 창밖에 내놓은 바나나.
자체 냉동된 바나나 하나를 먹으니,
나른하고 졸려온다.
논문은 오늘 끝내야 하지만, 그래도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