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터람스 ACCD 졸업식 축사를 읽고 (Jan 08, 2016)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이 말은 스티브 잡스가 자주 사용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격언입니다. 그리고 애플은 이러한 디자인 철학을 훌륭히 실현해낸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 말을 읽고 든 생각. 물리적인 제품은 이런 원칙을 해결한 뒤 제품을 내놓아야 하겠지만, 디지털 서비스(앱, 홈페이지)들은 어떨까? 언제든지 보완 할 수 있고, 누구나 비슷하게 뛰어들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완성도 보다는 MVP를 만들어 먼저 선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 뭐, 딱히 여기서 제동을 걸자면, 애플도 디지털 서비스는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시장에 내놓기는 한다. OSX나 iOS를 보면 그렇다.
우리가 하는 UX디자인이나 운영하게되는 서비스는 어떨까? 물론 단순함, 정교함에 있어서 완벽하지 않다. 아주 완벽하지 않다. 에이전시나 인하우스 할 것 없이 언제나 디자인 시간은 부족하다. 그리고 궁극의 정교함은 디자인 과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제품을 실제로 만들 때 그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 서비스를 운영하며 그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을 때도 있다. 세상에 없던 제품이면 더 그렇다.
그런데 과연 그게 맞는 길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좀 더 해봐야겠다. 그리고 또 언젠가는 예전의 방식으로 되돌아 갈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의도적 노후화’는 아주 불쾌한 개념입니다. 이는 존재하는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새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소비자가 제품의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새것으로 교체하게끔 유도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세상에서 제일 잘 하는 기업이 애플일거다. 그리고 애플을 제외한 (적어도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상의 모든 기업들은 이것을 어떻게 제대로 할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애플은 딱 1년 동안 새 제품을 최대한으로 잘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1년 뒤엔 해당 사용자들이 제품을 교체할 정도까지의 욕망이 느껴지지는 않는 신기능이 담긴 새 제품을 내놓고, 1년 뒤엔 그 전 것과 더불어 그 사용자들이 교체하고 싶은 신기능을 담은 제품을 내놓는다. 2년이 지나며 배터리는 빨리 떨어지기 시작하고, 액정은 노후화되고, OS단에서 약간의 버벅임이 느껴진다. 새로운 기능을 쓰려면 새로운 제품을 사야한다. 지름신을 부추긴다. 물론 나는 디지털 기기에 관심이 많아서 더 그렇겠지만.
최고의 디지털 세상을 만끽하기 위해 2년에 한번씩 애플에 100만원 내외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렇다고 애플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않는다. 안드로이드는 첫 번째, 단순함-정교함이 떨어지고, 변화 주기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따로 놀고, OS는 새로 나왔다고 해도 저 멀리 딴나라 이야기처럼 내 폰은 언제 업데이트를 지원할지 계속 지켜보며 기다려야 한다. 대신 애플은 구매시점부터 최신의, 최적화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고, 점차 점차 성능을 떨어뜨린다. 숨가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이런 구조라면 애플의 ‘의도적 노후화’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니까.
디터람스의 말은 언제나 틀린 것이 없다. 그래서 더 부족함을 느낀다. 잘 못하고 있는 것도 느낀다. 좁혀가야지.
작심 삼일. 휴일의 연속이라 이런 생각할 틈이 낫지만, 평일에도 할 수 있길. 그리고, 글은 핵심만 짧게 쓰길.